지금과 같은 구조적 저성장기에는 ‘맥가이버형’ 기술이 유망합니다.
제임스 본드형 기술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개발하는 최고 가격, 최고 성능의 럭셔리형 기술을 의미합니다. 반면 맥가이버형 기술은 적은 예산으로 개발하는 저 가격, 적정 성능의 실속형 기술을 의미합니다.
맥가이버형 기술은 1970년대 저개발국 지원 목적의 ‘적정기술’에서 출발합니다.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은 소규모 자본과 소박한 기술로 저개발국 현지 주민들의 빈곤을 해결하고 자립을 돕는 기술을 지칭하며, 종종 ‘인간의 얼굴을 한 기술’, ‘착한 기술’, ‘따뜻한 기술’ 등으로도 불립니다. 대표 사례로는 아프리카 건조지역의 물 운반을 도와주는 큐드럼, 전염병 예방을 위한 휴대용 정수기인 생명빨대, 종이로 만든 초간단 현미경 폴드스코프, 전기를 생산·저장하는 소켓 축구공 등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각종 재난재해에 대한 대비용으로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적정기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저성장 시대에 부합하는 ‘검소혁신’도 맥가이버형 기술개발의 일환입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나비 라드주 교수가 주창한 ‘검소혁신(Frugal innovation)’은 더 적은 예산으로 더 많은 것을 이루는 저비용 혁신을 통칭하는데, R&D 예산이 줄어들고 가성비가 중시되는 저성장 시대에 적합합니다. 대표 사례로는 르노닛산의 저가형 자동차 로건, GE의 소형 저가 심전도기 MAC400, 중국 샤오미의 최저가 스마트폰, 구글 X의 개방형 아이디어 수집 방안, 저비용 생산을 위한 마이크로 팩토리 등이 있습니다.
맥가이버형 기술은 사회적 책임(CSR) 이행, 저개발국 BOP 시장 공략, 기존 R&D 체계의 업그레이드 수단으로 활용 가능합니다. 적정기술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기존의 일회성 공헌보다 더 고도화된 사회공헌의 툴이 될 수 있으며, 개도국 BOP 시장 공략에도 유용할 수 있습니다.
검소혁신은 기존 연구개발 체제의 비용 절감과 유연성 제고를 위해 필요하며, 세 가지 실행방안을 고려해 볼 만합니다.
또한 초기 단계에는 고비용의 ‘탐색형(Exploratory)’ R&D를 추진하되, 그 이후에는 개발된 기술의 응용분야 모색에 초점을 맞춘 저비용의 ‘활용형(Exploitative)’ R&D 전략을 순차적으로 채택하는 것도 검소혁신의 일
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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